​[후쿠오카] 비오는날 닭육수 히카타 탄탄면 토리덴 🍜 사람 없는 파르코 지하

후쿠오카의 채인점 히카타 탄탄면을 먹고 남긴 리뷰


여행의 알고리즘이 꼬여버린 날

​후쿠오카에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우산을 쓰기도, 안 쓰기도 애매한 그런 성가신 비였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다음 날이 일본의 건국기념일이라 그런지, 야심 차게 구글맵에 찍어둔 맛집 4곳이 약속이나 한 듯 문을 닫았습니다. 아시죠? 신신라멘, 뭐 등등 신신라멘 열긴 했는데 2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고 
여행의 계획이란 게 얼마나 허상에 불과한지 뼈저리게 느끼며, 떨어진 체력과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무작정 실내로, 텐진 파르코(Parco)라는 거대한 벙커로 도망쳐 들어갔습니다. 돔황쳐~~¤▪︎
후쿠오카 탄탄면 토리덴 매장 사진

비와 거절(Reject)의 연속, 결국 답은 '실내'였다

​비는 오고 다리는 아픈데 가는 곳마다 'CLOSED' 팻말이라니, 정말이지 도시 전체가 나를 거부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근처에 유명하다는 '에몬포(Yemonpo)'가 있었지만, 지금 내 위장은 일본 온지 첫날이라 아직 그런 자극 적인 일본 본토의 간장 및 누린 맛을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결국 비를 피할 수 있고, 뭐라도 확실하게 먹을 수 있는 파르코 백화점 1층으로 향했습니다. 가면 맛집도 많고 볼것두 많긴함.!! 사실 근처 맛집이 여기 다 입점 해 있음. 그리고 여기도 신신 있고 한데 여기도 최소 1시간은 걸려 보였슴...화려한 맛집 탐방의 꿈은 접었지만, 쾌적한 실내 공기와 안정적인 식당가를 마주하니 비로소 안도의 한숨이 나왔습니다. 때로는 모험보다 안정이 필요한 순간이 있는 법입니다.
후쿠오카 탄탄면 토리덴 매장 메뉴


5단계의 배신(?)과 레시피를 훔치고 싶은 닭육수

​가장 기본인 1번 탄탄면과 차슈가 토핑이 추가된 2번을 주문했습니다. 비도 오고 해서 호기롭게 맵기를 '5단계'로 질렀습니다. 한국인의 자존심을 보여주겠다는 심산이었죠. 그리고 일본 왔으니 가라아게 필수!

​하지만 국물을 한 입 뜨는 순간, 약간의 배신감이 밀려왔습니다. 5단계라면서요? 솔직히 신라면보다 덜 매웠습니다. 일본의 매운맛 기준은 우리와는 해상도가 많이 다른 듯합니다. 
후쿠오카 탄탄면 토리덴 라멘후쿠오카 탄탄면 토리덴 라멘 차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탄탄면은 훌륭했습니다. 진하게 우려낸 닭 육수의 깊이가 혀끝을 감싸 안았습니다. 비록 계획했던 돈코츠 라멘은 못 먹었지만, 이 깊고 진한 닭 육수 레시피는 데이터를 해킹해서라도 가져오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었습니다. 느끼할 때쯤 앞에 놓인 시원한 냉녹차를 들이키면 입안이 깔끔하게 리셋되는 완벽한 루틴이 완성됩니다. 이게 알고보니 고수가 닭 육수 부분만 따로 레시피를 내서 체인점을 차린거라고 하더라구요.
후쿠오카 탄탄면 토리덴 녹차


느리지만 확실한 연결, USB 포트가 위로 해줌.

​테이블 구석에 작은 USB 포트가 눈에 띄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충전선을 꽂아보니 아주 느리지만 전력이 공급되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인공지능이랑 자주 놀아서 비행기에서 30프로 소비하고 시작... 아직 아이폰이였다면 ... 상상도 하기 싫음. ㅠ 

​비에 젖고 배고픔에 지친 여행자에게, 서서히 차오르는 스마트폰 배터리 잔량만큼 확실한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것도 드뭅니다. (아주 약간의 사회학적 시선을 더하자면, 현대인의 불안은 배터리 잔량과 반비례한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한 순간이었습니다. 거기다가 어제 여행갈 때 들고다니는 보조 배터리 조차 깜박하고 충전 안함. 이틀차인데 또 안함 ㅋ ) 국물로 배를 채우고 전기로 폰을 채우니, 다시 빗속으로 나갈 용기가 조금은 생겨났습니다.
후쿠오카 탄탄면 토리덴 영수증


현장 분석]: 파르코 1층 탄탄면 긴급 매수 로그
분류 메뉴 명칭 (No.) 현장 데이터 (Status)
기본 No. 1 일반 탄탄면 기본에 충실한 맛 실패 없는 안전 자산⭐️⭐️⭐️
추가 No. 2 닭고기 추가 탄탄면 단백질 인벤토리 확보 씹는 맛이 더해진 우량주⭐️⭐️⭐️⭐️
맵기 5단계 (최상?) [반전] 신라면보다 안 매움 숫자에 속지 말 것😭
기타 냉녹차 / USB 포트 [버프] 생명수와 생명줄👍⭐️⭐️⭐️⭐️⭐️

​🏁 플랜 C가 선사한 뜻밖의 포만감
​의도치 않게 흘러들어간 파르코의 탄탄면 집은, 비 오는 후쿠오카에서 만난 가장 따뜻한 대피소였습니다. 완벽한 계획대로 흘러가진 않았지만, 뜨끈한 닭 육수 한 그릇은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여행의 묘미는 어쩌면 완벽한 성공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실패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오는 소소한 만족감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체크인이나 하러가야겠다...

한 줄 요약: 4번의 거절 끝에 만난 닭육수는 비 오는 날 최고의 위로였다. (feat. 맵기 5단계는 맵찔이도 가능)

현직 고교 교사가 전하는 통합사회·경제의 정석. 고퀄리티 수업 PPT와 HTML 시뮬레이션 교구, 생생한 여행 기록을 통해 사회를 풀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