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쫀쿠 오픈런과 줄 서는 사회의 경제학 : 우리는 쿠키를 사는 게 아니다

두쫀쿠 오픈런 현상을 통해 수요와 공급, 밴드왜건 효과, 희소성과 베블런 효과까지 소비 심리를 쉽게 풀어봅니다. 왜 우리는 줄을 서고 유행은 점점 빨라질까요?

 

두쫀쿠 오픈런 줄 서는 모습과 소비 심리 분석

1. "선생님, 영하 10도에 30m 줄 선 거 보셨어요?"

"선생님, 이번 주말에 성수동 가서 '두쫀쿠' 드셔보셨어요? "

월요일 등교 지도시간에 릴스를 보여주며 흥분해서 묻더군요. 2024년 겨울, 전국 편의점을 휩쓸었던 두바이 초콜릿 기억하시나요? 2년이 지난 지금, 그 열기가 식기도 전에 '두바이 쫀득 쿠키(일명 두쫀쿠)'가 바통을 이어받았습니다.

실제로 한 유명 빵집 앞에는 개점 전부터 수백 명이 몰려 오픈런을 하고, 국밥집에서도 두쫀쿠를 팔고, 배달 앱 검색어 순위가 수직 상승했다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마시멜로와 피스타치오 같은 관련 재료 매출이 유행전과 대비하여 폭증했다는 데이터도 눈에 띕니다.

도대체 고작 손바닥만 한 쿠키 하나가 뭐라고 이 난리일까요? 단순히 맛이 기가 막혀서? 아니면 먹으면 수능 점수라도 올려주는 성분이라도 들어서일까요?

오늘 '풀어쓰는 사회학'에서는 이 기이한 '두쫀쿠 현상'을 통해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경제학의 기본 원리, '수요와 공급' 그리고 점점 빨라지는 유행의 속도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교과서의 죽은 그래프 대신, 조그마한 두쫀쿠에 우리들이 왜 급하게 열광하는지 들여다 보려고 합니다.


유행 디저트 대기 줄과 밴드왜건 효과 사례

2. 맛을 사는 게 아니라 '유행 입장권'을 삽니다 (수요: 밴드왜건 효과)

솔직해져 봅시다. 우리가 저 긴 줄을 서는 이유가 오로지 '미각적 쾌락' 때문일까요? 편의점 쿠키보다 10배 더 맛있어서, 개당 7천원이 넘는 가격과 1~2시간의 기다림이라는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걸까요?

아닙니다. 냉정하게 말해 우리는 지금 쿠키를 사는 게 아니라, '최신 유행 흐름에 뒤처지지 않았다는 안도감'을 사는 겁니다.

SNS는 거대한 광장입니다. 그곳에서 수만 건씩 공유되는 '두쫀쿠' 인증샷은 단순한 음식 사진이 아니라, "나도 이 흐름에 참여하고 있어"라고 외치는 입장권이나 다름없습니다. 남들이 다 먹어보는 걸 나만 못 먹으면 왠지 소외되는 것 같은 기분, 친구들 대화에 끼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

경제학에서는 이걸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라고 부릅니다. 공연을 하는 서커스 행렬 맨 앞에서 분위기를 띄우는 악대차를 사람들이 우르르 쫓아가는 모습에서 유래했죠. 우리의 수요 곡선을 우측으로 밀어버리는 건 혀끝의 욕망이 아니라, '소속감에 대한 갈망'입니다. 인간은 무리에서 떨어지는 것을 죽음만큼 두려워하는 사회적 동물이니까요. 학생도 그러니 저에게 소속 되었는지를 물어보는 거겠죠?

3. 사장님은 왜 물량을 팍팍 늘리지 않을까? (공급: 가격 비탄력성)

그럼 여기서 의문이 듭니다. 사장님 입장에서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지 않을까요? 공장을 풀가동해서 하루에 10만 개씩 찍어내면 떼돈을 벌 텐데 왜 안 그럴까요?

여기에 경제학의 '공급의 가격 비탄력성'이라는 개념이 숨어 있습니다. 말이 좀 어렵죠? 쉽게 말해 '마음대로 늘릴 수 없는 물리적 한계'입니다.

실제로 최근 기사를 보면 두쫀쿠의 핵심 재료인 피스타치오 가격이 한 달 새 3배 가까이 뛰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원재료 수급 자체가 전쟁이라는 뜻이죠.

게다가 더 중요한 건 '시간'입니다. '쫀득한' 식감을 내려면 반죽을 저온에서 충분히 숙성시키는 과정이 필수라고 합니다. 그래서 기계로 찍어내는 공산품과 달리, 손으로 하다보니 돈을 쏟아부어도 단축할 수 없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게 됩니다. 마치 밥 뜸 들이는 시간을 건너뛸 수 없는 것처럼 말이죠.


수요와 공급으로 설명하는 두쫀쿠 인기 현상


수요(사려는 사람)는 로켓처럼 치솟는데, 공급(만드는 속도)은 자전거를 타고 쫓아가는 격입니다. 이 속도의 격차가 바로 '가격 폭등'과 '오픈런'이라는 병목 현상을 만들어냅니다. 깔때기 입구에 물을 한꺼번에 부으면 넘치는 것과 같은 이치죠.

4. 줄 설수록 더 갖고 싶어지는 마법 (심리: 희소성과 베블런 효과)

재밌는 건, 이 '구하기 힘듦' 자체가 쿠키의 가치를 더 떡상시킨다는 점입니다. 만약 이 쿠키가 동네 슈퍼마켓에 산처럼 쌓여 있었다면? 아마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겁니다.

"금일 준비된 수량 50개가 모두 소진되었습니다."

오후 2시에 붙은 이 안내문은 우리의 승부욕을 자극합니다. 남들은 못 구하는 걸 내가 쟁취했을 때의 쾌감, 그 희소성이야말로 최고의 조미료죠. 가격이 비쌀수록, 구하기 힘들수록 오히려 더 갖고 싶어지는 심리, 바로 '베블런 효과'입니다. 시장은 아주 영리하게도 우리의 '과시 욕구'를 인질로 잡고 가격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는 셈입니다.


5. 허니버터칩부터 두쫀쿠까지, 왜 유행 주기는 점점 빨라질까?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세요. 10년 전 '허니버터칩' 대란 기억나시나요? 그때는 그 과자 하나 구하려고 몇 달을 찾아다녔고, 당근마켓에서는 허니버터칩을 다 먹고 그 향이 있는 봉지를 파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때는 그 인기가 1년 넘게 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저만 느끼고 있나요? 아니면 느껴지시나요? 유행의 주기가 소름 돋을 정도로 짧아지고 있습니다.


희소성 때문에 발생한 디저트 대란 풍경


  • 2014년 허니버터칩: 1년 이상 지속된 장기 집권

  • 2023년 탕후루: 약 10개월의 전성기

  • 2024년 두바이 초콜릿: 4개월 반짝

  • 2026년 두바이 쫀득 쿠키: 1달도 안됨...

왜 그럴까요? 과거에는 입소문이 퍼지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지금은 숏폼 영상 하나면 24시간 안에 전 국민이 유행을 알게 됩니다. 정보의 확산 속도가 빛의 속도니, 소비되는 속도도 그만큼 빨라진 거죠.

우리는 이제 맛을 음미하는 게 아니라, '이미지'를 소비합니다. 사진을 찍고, 올리고, 반응을 얻으면 그 디저트의 효용은 끝납니다. 그러니 사람들은 금방 질리고, 또다시 새로운 자극, 새로운 '인증거리'를 찾아 떠나는 거죠. 초고속 연결 사회가 만든 필연적인 '소비 가속화' 현상입니다.

SNS 유행 음식 소비 행동 경제학 사례의 단기 현상

6. 거품은 반드시 꺼지고, 우리는 또 다른 줄을 서겠죠

두쫀쿠의 인기는 얼마나 갈까요? 장담하건대, 대기업들이 유사 제품(미투 상품)을 쏟아내고 편의점에 깔리는 순간, 그 희소성은 증발합니다. 이미 스타벅스 같은 대형 체인점에서 훨씬 저렴하게 판매하겠다고 안내를 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앞에서 말한 것 처럼 시간이 아직은 필요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결국에 시간은 갑니다. 그래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는 순간 가격 거품은 꺼지고 유행은 종료되겠죠. 이것이 변하지 않는 시장 균형의 원리입니다.


수요와 공급의 장기 현상


그러니 지금 당장 못 먹었다고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어차피 몇 달 뒤면 1+1 행사 매대에 놓여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거기에 두쫀쿠는 시간이 지나면 딱딱해져서 오래 보관 또한 불가능한 상품입니다. 마치 쉬는날 전날 저녁 9시 마감 1시간전에 가면 저렴하게 할인하고 있는 회나 신선 식품 같이 반드시 가격은 떨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긴 줄 끝에 서 계신 여러분께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쿠키를 소비하고 계신가요? 아니면, '남들과 함께 있다는 소속감'을 소비하고 계신가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 '줄 서는 심리'와 '희소성이 만드는 가격'은 비단 쿠키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보조금이라는 '스타터 팩'으로 시장을 만들고, 혜택을 야금야금 거둬들이는 정부의 전략. 유지비가 싸다는 환상 뒤에 숨겨진 기회비용. 그리고 "그래서 대체 몇 년을 타야 본전인데?"라는 냉정한 계산.

두쫀쿠의 경제학을 더 깊이 파고들면, 전기차라는 거대한 시장에서도 똑같은 원리가 작동하고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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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고교 교사가 전하는 통합사회·경제의 정석. 고퀄리티 수업 PPT와 HTML 시뮬레이션 교구, 생생한 여행 기록을 통해 사회를 풀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