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야키토리 이치로 솔직 후기 — 탄불 꼬치·사케·고츠나베 예약 필수 현지 맛집
📍 3줄 요약
나니와우동 사장님이 직접 전화로 예약해준 현지인 전용 야키토리집.
취향만 말하면 사케 오마카세, 꼬치는 먹는 속도에 맞춰 실시간 숯불 구이.
고츠나베 + 우동 마무리까지 — 후쿠오카 재방문 이유 1순위.
나니와우동 사장님이 전화기를 들었다
이 집은 원래 갈 계획이 아니었다. 후쿠오카 3일차 점심, 나니와우동에서 카레우동을 먹고 있었는데, 사장님이 저녁 뭐 하냐고 물어보셨다. 아직 정한 거 없다고 했더니, 그 자리에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야키토리 이치로"라는 가게였다. 통화가 끝나고 사장님이 씩 웃으면서 "오늘 사람 적대. 7시에 가면 돼" 라고 했다. 예약 없이는 못 들어가는 집이라고 했다. 일본어 메뉴밖에 없으니 한국어 메뉴판 달라고 하라는 당부까지 해주셨다.
지하철 베후(別府)역에서 15분쯤 걸어서 골목 안쪽. 간판이 작아서 한 번 지나칠 뻔했다.
카운터 8석, 숯불 하나, 주인장 하나
문을 열면 바로 카운터석이다. 한 8석 정도? 주방과 객석 사이 구분이 없고, 눈앞에서 숯불 화덕이 빨갛게 타오르고 있었다. 앉자마자 나무 도마 위에 삶은 양배추가 올라왔다. 이 집 식전 서비스란다.
식전 양배추(좌)와 눈앞의 숯불 화덕(우) — 앉는 순간 시작되는 라이브
벽에는 사인색지, 소프트뱅크 호크스 유니폼, 아비스파 후쿠오카 포스터가 빼곡했다. 카운터 뒤 칠판에는 오늘의 메뉴가 손글씨로 적혀 있었고, 천장에는 형형색색 포스트잇에 적힌 사케·소주 가격표. 관광객이 올 만한 분위기가 아니다. 완전히 동네 단골집이었다.
내부 입구(좌), 벽면의 이치로 야구사진(중), 오픈주방 칠판 메뉴(우)
한국어 메뉴판을 달라고 했더니 바로 가져다주셨다. 나니와우동 사장님 말대로였다. 메뉴판 첫 줄이 재밌었다 — "우선... 고민되면 잠깐 들르는 세트 ¥1,300". 음료 1잔 + 일일 소반 + 오마카세 꼬치(양배추 포함). 처음 오는 사람에게 딱 좋은 구성이다.
메뉴판 하단에 적힌 단골 정석 코스가 인상적이었다. "들러서 마시는 세트 → 일본주 3종 시음 비교 → 보관용 소주 병을 마신다." 소주 포틀킵 기간은 1년. 물, 뜨거운 물, 얼음 세트는 무료인데 이치로에서만 가능한 서비스라 다른 가게에서는 절대 안 된다는 문구까지 있었다. 이 집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취향 한마디에 시작된 사케 오마카세
뭘 마실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사장님이 어떤 맛 좋아하냐고 물었다. "달달한 게 좋아요"라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시더니, 잔 세 개를 꺼내 한 잔씩 따라주셨다. 3종 시음 비교 세트였다.
첫 잔은 萩の露(하기노츠유). 시가현 오미타카시마의 지역 사케인데, 순미긴조 시보리타테 생원주(生原酒)였다. 막 짜낸 그대로라서 그런지 과일처럼 달고 끝이 깔끔했다. 이건 진짜 내 취향이었다.
다음으로 나온 건 립슌아사시보리(立春朝搾り). 2026년 입춘에 맞춰 한정 양조한 사케 2종이었다. 라벨에 "令和八年元旦二月四日"이라고 써있었다. 두 양조장의 같은 날 한정판을 나란히 비교할 수 있다는 게 이 집의 매력이다. 어디 가서 이런 경험을 하겠나 싶었다.
그 다음은 칠전(七田, SHICHIDA). 야마하이(山廢) 방식으로 빚은 사가현 사케인데, 앞의 것들과 확 달랐다. 드라이하고 묵직했다. 사장님이 "이건 꼬치 기름진 거랑 잘 맞아"라고 했는데, 진짜 삼겹살 꼬치와 먹으니까 기름을 잘라주는 느낌이 있었다.
七田 SHICHIDA(좌)와 杜の蔵 MORINOKURA(우) — 성격이 확 다른 두 잔
마지막은 杜の蔵(모리노쿠라). 후쿠오카 쿠루메 지역 양조장의 순미긴조 히야오로시(冷卸). 빨간 라벨이 인상적이었다. 사장님이 이건 따뜻하게 마시면 더 좋다고 했는데, 데워서 마시니까 감칠맛이 확 올라왔다. 유후인에서 사케 시음했을 때랑은 또 다른 경험이었다. 야키토리집에서 마시는 사케는 안주와의 궁합이 더해지니까 차원이 다르다.
먹는 속도에 맞춰 구워지는 숯불 꼬치
이 집 꼬치는 주문하면 한꺼번에 나오는 게 아니다. 손님이 먹는 속도를 보면서, 다 먹을 때쯤 다음 꼬치를 올린다. 그래서 항상 "방금 나온" 상태로 먹게 된다. 한국의 고깃집에서 고기를 한꺼번에 올려놓고 먹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다.
숯불 위에서 실시간으로 구워지는 야키토리 이치로의 꼬치
첫 세트는 쓰쿠네(つくね, 닭완자)·세세리(せせり, 닭목살)·네기마(ねぎま, 닭대파). 타레(양념) 맛이었는데, 쓰쿠네가 충격이었다. 한국에서 먹던 닭완자 꼬치랑 차원이 달랐다. 겉은 숯불에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게, 이게 진짜 비장탄(備長炭)의 차이인가 싶었다.
두 번째 세트는 돼지삼겹과 닭 소금구이. 돼지삼겹은 한국 삼겹살보다 기름이 훨씬 많았다. 솔직히 좀 느끼했는데, 닭 소금구이가 그 반대여서 번갈아 먹으니 괜찮았다. 소금만으로 간을 한 닭꼬치의 깔끔함이 숯불 향과 만나면 이렇게 되는구나.
마지막으로 일본식 족발(豚足, 톤소쿠)이 나왔다. 한국 족발이랑은 완전히 다른 물건이다. 숯불에 구워서 겉이 바삭하고, 안쪽은 콜라겐이 녹아서 젤리처럼 쫀득했다. 폰즈(ポン酢) 소스에 찍어 먹는 방식인데, 산뜻한 소스가 기름진 족발을 딱 잡아준다. 이건 한국에서 절대 못 먹어볼 맛이었다.
내장 못 먹는 사람이 고츠나베를 싹 비운 이유
사실 고츠나베(もつ鍋, 곱창전골)는 도전이었다. 나는 원래 내장류를 잘 못 먹는다. 그런데 이 집 벽에 붙어있던 "식품위생모범점" 스티커가 여러 개 있었고, 사장님이 직접 당일 구입한 재료만 쓴다고 했다. 그 자신감에 한번 시켜봤다.
고츠나베 Before(좌)와 After(우) — 산더미 채소가 쪼그라든다
처음 나왔을 때 양배추와 부추가 냄비 위로 산처럼 쌓여있었다. 이걸 어떻게 먹나 싶었는데, 불을 켜니 금방 쪼그라들었다. 곱창이 생각보다 깨끗하고, 역한 냄새가 전혀 없었다. 국물이 맑은 타입이라 더 먹기 편했다. 내장 못 먹는 내가 싹 비웠다는 게 아직도 신기하다.
그런데 진짜 사기(詐欺) 조합은 그 다음이었다. 우동 사리 추가(¥100). 고츠나베 국물에 우동을 넣으면... 이건 설명할 수가 없다. 곱창 기름과 채소 육수가 뒤섞인 국물에 통통한 우동 면이 끓으면서 하나의 완성된 요리가 됐다. ¥1,400(고츠나베) + ¥100(우동)으로 이런 마무리를 할 수 있다니.
옆자리 박사님과의 대화, 그리고 이치로의 안내문
옆자리에 일본인 손님이 계셨다. 근처 대학의 박사님이라고 하셨는데, 한국에 관심이 많으시더라. 어색할 줄 알았는데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졌다. 동네 어르신도 한 분 계셨는데, 이 분은 단골이라 사장님과 농담을 주고받고 있었다. 관광객이 끼어든 느낌이 전혀 없었다.
문 옆에 사장님이 직접 쓴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이치로부터의 부탁" — 식재료 가격 상승으로 석 차지(席チャージ) ¥200을 받겠다는 내용이었다. 대신 메뉴 가격은 그대로 유지한다고. 그리고 서비스 내용도 그대로란다. 이 정도 솔직함이면 오히려 호감이 간다.
야키토리 이치로 방문 전 체크리스트
✅ 예약 필수 — 이메일 또는 라인으로만 가능 (전화 안 받음)
✅ 영업시간 — 오후 4시~예약 마감까지 / 3회전 이상은 안 받음
✅ 21시 이후 — 당일 연락 시 늦은 시간 예약 가능(0시 마감)
✅ 한국어 메뉴 — 있음. 입장 시 요청하면 바로 줌
✅ 입문 추천 — "잠깐 들르는 세트 ¥1,300" (음료+소반+오마카세 꼬치)
✅ 사케 추천 — 취향 말하면 사장님이 3종 시음 세트 구성해줌
✅ 고츠나베 — ¥1,400 + 우동 ¥100 = 반드시 세트로 주문
✅ 위치 — 지하철 베후(別府)역 도보 15분, 토리카이 골목 안쪽
✅ 휴대폰 자제 — 영업 중 접객과 위생을 위해 휴대폰 사용 자제 요청
✅ 휴무 — 한 달 전 예약 없는 날 / 이치로 개인 일정 있는 날
후쿠오카에 다시 간다면? 솔직히 이 집 때문에 간다고 할 것 같다. 나니와우동 사장님에게 감사하다. 그분이 아니었으면 이런 가게가 있는지도 몰랐을 테니까. 관광객이 찾아가는 야키토리 체인과 동네 사람이 매주 가는 숯불집. 그 차이를 이 집에서 확실히 알게 됐다.
다음 글에서는 이치로를 나와서 찾아간 다이묘의 재즈 카페 이야기를 풀어보겠다. 야키토리에 취하고, 사케에 취하고, 재즈에 취한 후쿠오카 3일차의 밤은 아직 안 끝났다.
📍 타베로그: 야키토리 이치로 상세 페이지
📺 영상: 야키토리 이치로 숯불 꼬치 굽는 영상 (쇼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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