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만든 자료 믿어도 될까 — 데이터로 검증하고 배포하기

여기까지 와서 가장 찜찜한 질문이 남았다. “AI가 만든 이 자료, 진짜 믿어도 되나?” 그럴듯해 보이는 거랑 실제로 맞는 건 다르다. 그래서 자랑 대신 의심부터 하기로 했다.

믿지 말고, 숫자로 확인하자

이 자격증 시험은 객관식이 아니라 데이터를 직접 분석하는 실기형이었다. 그렇다면 검증법은 분명하다. 공식 샘플 데이터를 실제로 돌려서, 우리 자료가 가르치는 대로 하면 합격선이 나오는지 보면 된다. Claude한테 그 분석을 직접 시켰다.

> 공식 샘플 데이터를 실제로 분석해서,
  우리 교재가 가르치는 5단계대로 하면
  합격선(80점)이 나오는지 숫자로 검증해줘.

결과는 분명했다. 분류 문제는 정확도 90% 중반, 회귀 문제는 설명력(R²)이 0.96까지 나왔다. 합격선을 한참 웃돌았다. “우리 자료대로만 하면 붙는다”가 느낌이 아니라 숫자로 찍혔다.

공식 샘플로 직접 검증한 성능. 빨간 선이 합격선(0.8)인데, 전부 그 위에 있다.
공식 샘플로 직접 검증한 성능. 빨간 선이 합격선(0.8)인데, 전부 그 위에 있다.

덤으로 데이터의 성격도 그림으로 드러났다. 예를 들어 요금을 예측하는 문제에선 ‘직전 요금’ 하나가 정답과 거의 완벽하게(상관계수 0.99) 붙어 있었다. 이런 건 표만 봐선 안 보이는데, 그려놓으니 한눈에 들어온다.

타깃과의 상관계수. 'prev_fee(직전 요금)' 하나가 0.99로 압도적이다. 이걸 알면 문제가 쉬워진다.
타깃과의 상관계수. 'prev_fee(직전 요금)' 하나가 0.99로 압도적이다. 이걸 알면 문제가 쉬워진다.
⚠️ 오류 노트 — 콘솔 한글이 다 깨졌다
검증 결과를 출력했더니 한글이 전부 ���로 깨져 나왔다. 윈도우 콘솔의 기본 글자 처리 방식 탓이었다. 출력 인코딩을 UTF-8로 맞추는 설정 한 줄로 해결했지만, 처음 봤을 땐 결과가 잘못된 줄 알고 식겁했다.

아예 ‘설치 없이’ 해보게 만들었다

시험에서 쓰는 분석 도구는 따로 설치해야 한다. 학생 입장에선 그게 또 벽이다. 그래서 브라우저만 열면 되는 웹 분석기를 따로 만들었다. 시험 도구와 비슷한 화면에, 데이터 분석 5단계를 클릭으로 따라 할 수 있게. 놀랍게도 같은 공식 데이터를 넣어 돌려보니 성능이 거의 똑같이 나왔다.

설치 없이 브라우저에서 데이터 분석 5단계를 해보는 웹 도구. 개념마다 물음표를 누르면 쉬운 설명이 뜬다.
설치 없이 브라우저에서 데이터 분석 5단계를 해보는 웹 도구. 개념마다 물음표를 누르면 쉬운 설명이 뜬다.

가장 뼈아팠던 사고: ‘너무 쉽게’ 만들다 알맹이를 날렸다

대상이 초보라, 모든 용어에 쉬운 뜻과 비유와 예시를 붙여 전부 다시 썼다. 여기까진 좋았다. 그런데 “더 쉽게, 더 덜어내”를 너무 세게 밀어붙인 게 화근이었다.

⚠️ 오류 노트 — 개념이 통째로 사라졌다
한참 뒤에 학습지를 다시 보니, 개념 설명이 다 빠지고 빈칸 채우기만 남아 있었다. ‘쉽게’를 시키는 과정에서 정작 가르쳐야 할 알맹이까지 덜어내 버린 거다. 결국 핵심 개념을 처음부터 다시 뽑아 일일이 되살려 넣었다. 교훈: AI한테 ‘간결하게’를 시킬 땐, 단순화와 ‘내용 삭제’는 다르다는 걸 사람이 지켜봐야 한다.

마지막 관문: 배포에서 줄줄이 터진 오류

다 만들고 PDF로 묶어 내보내는 단계. 여기서 황당한 게 연달아 터졌다.

① 35개 PDF가 갑자기 473MB. 각 페이지 구석에 파일명을 도장처럼 찍었더니, 그 글자를 위해 한글 폰트 전체(약 14MB)가 파일마다 통째로 박혔다. 파일당 14MB × 35개 = 473MB. ‘실제로 쓴 글자만 남기는’ 처리(폰트 서브셋)로 줄이니 20MB로 내려왔다. 24분의 1이다.

② PDF 저장이 ‘액세스 거부’. 폴더 경로에 한글과 이모지가 섞여 있고 파일이 열려 있던 탓에, 저장이 액세스 거부(0x5)로 막혔다. 영문 이름의 임시 폴더에 먼저 만든 뒤 제자리로 복사하는 식으로 우회했다.

③ 클라우드 업로드 용량 벽. 완성본을 클라우드에 한 번에 올리려다 전송 용량 한계에 부딪혔다. 결국 자동 동기화 폴더를 쓰는 방식으로 길을 틀었다. 여기서도 ‘정공법이 막히면 우회로’라는 그 패턴이 또 반복됐다.

🔧 다섯 편을 관통한 한 줄
변환 도구가 없고, 파일이 0바이트가 되고, 한글이 깨지고, 폰트가 폭증하고, 저장이 거부됐다. 매 단계가 오류였다. 그런데 그때마다 “왜 안 되고, 뭘로 우회하지?”를 같이 묻는 것 — 코드를 직접 못 짜는 내가 끝까지 결과물을 뽑은 비결은 결국 그 태도 하나였다.

그래서, 누구나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전부 — 슬라이드, 교재, 웹 도구, 데이터 검증, 배포 — 를 만드는 동안 나는 코드를 한 줄도 직접 손으로 짜지 않았다. 한 거라곤 한국어로 일을 맡기고, 자료를 미리 정리해 건네고, 막히면 다른 길을 같이 찾고, 결과를 의심하고 검증한 것뿐이다.

이게 ‘이런 거’의 정체였다. 교감 선생님이 흘린 한마디, 수당도 없던 연수, 그 어정쩡한 자리에서 시작해 — 결국 코드를 못 짜는 사람도 자기 일에 맞는 도구를 만들 수 있다는 결론에 닿았다. 당신 일에도 분명히 된다. 막히는 데까지 다 적어둔 이 기록이, 그 첫 삽을 뜨는 데 보탬이 되면 좋겠다.

현직 고교 교사가 전하는 통합사회·경제의 정석. 고퀄리티 수업 PPT와 HTML 시뮬레이션 교구, 생생한 여행 기록을 통해 사회를 풀어냅니다.